ON THE STREET
패션 힙스터 샤이니 키와 그라치아가 파리에서 만났다. 패션쇼를 보고, 화보를 찍고, 하루종일 옷 얘기만 했다.
"이제는 옷을 잡 입는 재미를 넘어 그걸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어요. 이 사실은 삶의 다른 부분에 그대로 대입해도 좋을 것 같아요. 자기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거라 확신하죠. 이 깨달음 자체가 패션이 내게 준 가장 큰 영향이에요."
패션위크 방문은 처음이었죠?
네.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쇼에 다녀와서 정말 행복했어요. 사실 언젠가는 패션위크에 가게 될 거라 생각하며, 파리에서의 제 모습을 쭉 상상해 왔거든요. 그래서 파리에 가면 '이런 옷을 입고 이런 모습을 연출해야지'라는 나만의 계획이 있었죠.
역시 키 답네요. 막상 겪어보니 어땠어요?
듣던 대로 스케일이 커서 놀랐어요. '패션의 본고장은 역시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브랜드마다 색깔도 분명하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규모도 대단했죠. 저는 쇼장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길 바랐어요. 엄청 튄 나머지 "어머, 쟤 누구야?"라는 소리 안 듣고….
'키' 하면 '패션'이 떠올라요. 패션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처음엔 제 자신이 옷을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1집 때 스타일리스트였던 하상백 실장님을 통해 자연스럽게 패션에 관심을 두며 서서히 깨닫게 됐죠. 그분이 가져오는 옷이나 소품을 보면 어디서 샀는지, 어디에 가면 구할 수 있는지 궁금한 거예요. 그러다가 한 편집 숍에 들렀는데, 그때부터 옷과 완전히 사랑에 빠지게 됐어요. 제 속에 있던 패션 본능이 본격적으로 깨어난 거죠.
옆에서 지켜보면 굉장히 알뜰하던데, 옷을 사는 덴 돈을 아끼지 않았나 봐요?
편집 숍에서 쇼핑하며 '프라이빗 바잉'이란 걸 알게 됐어요. 원하는 옷이나 아이템을 수개월 기다렸다가 사는 일을 반복하곤 했죠. 그때는 아까운 줄 모르고 사들였는데, 지금은 하나를 사도 신중을 기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어릴 때 원 없이 사며 깨달은 게 있나봐요 절제를 하게 됐으니까요(웃음). 실패해 보지 않으면 좋은 아이템을 보는 눈이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스타일이 내게 잘 맞는지에 대한 기준이 생긴 거죠.
그 기준이란 게 뭐예요?
항상 '나답게 입자'란 생각이오. 패션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진다고 제 수준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저를 표현하는 데 좀 더 세련돼진달까. 하지만 전 제가 투자한 만큼 그 가치를 알아봐주는 분들 덕분에 약간 보상을 받는 것 같기도 해요. 광고를 찍게 되는 것 등으로 말아죠.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이나 열정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알게 됐어요.
패션에 있어 '키답다'라는 건 뭘까요?
그건 의외로 간단해요. 나보다 우월한 사람이 같은 옷을 입었을 때, 과연 내가 경쟁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죠. 둘이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녔을 경우, 대체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경쟁력을 갖고 싶어요. 그래서 때로는 지나치게 과한 연출을 하기도 하는 거고요.
샤이니 활동에서도 패션에 대한 욕구나 열망을 구현하고 있나요?
패션에 관심이 생기면서 스타일링에 참여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재능을 증명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했죠. 그건 말로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투자도 많이 하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어느 정도 '됐다' 싶었을 때, 무대의상 작업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회사에 부탁했죠. 대신 외부에는 절대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고요. 결국 샤이니 도쿄돔 콘서트 무대의상 작업을 윤춘호 디자이너와 함께할 수 있었죠.
특히 선호하는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있나요?
저는 의외로 브랜드에 연연해하지 않아요. 솔직히 디자인 좋은 브랜드가 넘쳐나잖아요. 의외성이 있는 아이템이나 스타일링을 선호하죠. 디자이너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들이 맘에 들고요.
요즘 꽂힌 스타일링이 뭔지 궁금해요.
포인트 액세서리에 빠졌어요. 리본이나 끈, 스카프 같은 것들. 그리고 요즘엔 티셔츠 목 가운데를 가위로 자르는 데 맛을 들였죠. 어느 날 라운드 티셔츠 하나가 너무 답답해서 터버렸는데 예쁜 거예요. 그래서 요즘 집에 있는 모든 티셔츠를 그렇게 만들어버리고 있어요(웃음).
외출할 때도 물론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때요?
전날 밤에 그날의 룩을 정해 놓고 잠자리에 들어요. 그래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생각이 바뀔 때가 많지만요. 하루 일과를 보내는 중에 '아, 내일 이걸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편이죠. 대부분 스타일링을 마치면 한 가지 뺄 게 없는 지 살피면서 검토해요. 빼는 미학이 중요하거든요.
친구들을 만날 때도 풀 스타일링을 하나요?
아니요. 제가 옷까지 눈에 띄게 입으면 친구들이 불편해하니까, 편한 스니커즈에 아무거나 집어 입고 나가죠.
공항 패션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청청 패션'요.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반나절 동안 떴을 정도예요. 그 당시 오랜만에 공항에 나가는 거라 좀 강렬한 연출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우습더라고요(웃음).
요즘 추천할 만한 핫 쇼핑 플레이스가 있나요?
요즘에는 새로 사 입기보다는 빈티지를 활용하는 게 좋아요. LA에 있는 큰 빈티지 숍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스타일링을 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일본의 '도그'(Dog)라는 매장에 있는 옷은 쇼킹해서, 그곳에는 옷을 사러 간다기보다 패션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들르곤 하죠.
쇼핑은 주로 누구와 해요?
쇼핑은 무조건 제 패션을 이해하는 친구와 해야 하죠. 모델 기범이와 함께 다니는 편이에요. 골라주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과 하는 게 즐겁고, 그럴 사람이 없다면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나아요.
함께 컬래버레이션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요?
큰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재미있게 함께할 만한 브랜드가 있다면 해보고 싶어요.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자체로 큰돈을 벌 생각은 없거든요. 저와 같은 생각으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꾸준히 찾고 있죠.
샤이니의 새 앨범 발매와 드라마 <혼술남녀>가 모두 오픈 직전이죠?
우연찮게 두 일이 같은 시기에 나오게 됐어요. 둘 다 잘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데, 특히 드라마는 처음이라 긴장돼요. 제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써주셔서 저도 최대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도록 연기하려고 애쓰고 있죠. 저에 대해 전혀 모르고 드라마를 보는 분들이 '아, 쟤가 저런 애였구나'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GRAZIA 에디터 임경미, 사진 김희준, 헤어 김성환 메이크업 김효정, 스타일리스트 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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