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7 키 김기범 나일론 NYLON Key

화보 기사 인터뷰/인터뷰 잡지

키는 젊다

키로 일행시를 지어보라고 했다. 키는 젊다고 답했다.



여름밤 좋아해요?
누구나 여름밤의 야외 활동에 대한 로망이 있을 거예요. 저는 야외를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강아지를 키우니까 산책도 자주 하고 시원한 바람 맞는 게 좋아요. 편의점 앞 탁자에 앉아서 쉴 때도 많아요.

행인들이 알아보면요?
못 알아볼 차림으로 나가요. 마스크를 하고 선글라스랑 모자를 써도 옷을 갖춰 입은 '키'의 모습이 남아 있으면 다 알아봐요. 추리닝에 슬리퍼 신고 나가면 가리지 않아도 아무도 못 알아봐요. 며칠 전에도 편의점 앞에서 놀았어요.

지금 꽤 늦은 밤이에요. 오늘 하루 뭘 하면서 보냈나요?
짐 쌌어요.

짐요?
나갈 때마다 챙겨야 할 것들이 다 다르니까요. (꽉 차서 터질 것 같은 가방을 가리키며) 오늘은 덜한 거예요. 도시락을 안 가져왔거든요 식이 조절을 하는데 사먹는 것보다 제가 만들어 먹는 게 편해요. 전날 자기 전에 도시락 싸고, 간식 챙기고, 비타민이랑 홍삼도 챙겨 넣어요.

짐 싼 다음에는?
씻고 음악 듣다가 나와서 사인회 하고 녹화했어요. 이동할 때 자기도 했어요. 잠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조금 자고 나머지 시간은 계속 대본 봤어요. 그리고 <나일론> 촬영하러 온 거예요.

​키는 언제나 촬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니까 이번에는 뭘까 기대했어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생각해요. 그리고 보이는 것이 일의 한 부분이니까 되도록 겹치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까지 소년과 남자 사이의 이미지는 자주 보여줬으니까 이번 음반과 연관 있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한 결과예요. 스포티한데 평범하지 않은 모습요.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거예요?
요즘은 옷이 별로 살 게 없어요. 예쁜 건 많은데 사고 싶은 건 없거든요. 바쁠 때도 꼭 시간을 내서 사고야 마는 것이 있었어요. 조사를 잘 못하는 건지 정말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마 옷보다 활동에 집중해서일지도 몰라요. 입고 있는 옷 외의 외면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옷으로 다 드러낼 수 없는 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나쁜 이유도 좋은 이유도 아니고 그냥 제 이야기를 별로 안 했어요. 뚜렷하게 드러낼 기회도 없었고요. 요즘 많이 생겼어요. 일단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저를 보여주기 쉬워요. 하고 싶은 걸 직접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까요. 이렇게 할 수 있기까지 7년 걸렸어요.

갑자기, 겁나진 않아요?
어느 날 <마이 리틀 텔리비전>에서 화장을 다 지웠어요. 그렇다고 제 인생이 무엇 하나 갑자기 달라지진 않으니까요. 다만 나를 보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에 달린 거라고 생각해요.

준비된 시기인가요?
지금처럼 일이 한꺼번에 밀려든 적이 없어요. 아마 저를 꾸준히 지켜보고, 제가 보여줄 준비가 된 걸 직감한 분들이 저를 캐스팅하는 것 같아요. 어떤, 순간의 신기함을 느껴요.

​달라질 건 없다고 했지만, 달라진 게 있네요.
친구들은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해요. 주변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포털 사이트나 언론의 반응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올린 사진이 연예 뉴스가 되고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리는 일들요.

아직도 주목받는 일이 새롭나요?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활동 수명'이 분명 있어요. 다행히 샤이니의 시간은 더디게 가고 있어요. 우리 모두가 아직도 즐겁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아요. 그 안에서 키로 인정받는 시간이 온 것이 자연스러우면서 새롭기도해요.

키로 인정받고 싶은 지점은 어디에 있어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예요. 요즘은 연예인 말고 셀러브리티라고도 하잖아요. 영향력있는 사람을 일컫는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 중에 무대를 또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거든요. 화려함에만 치우치고 싶진 않아요.

이번 음반 <Odd>에는 어떤 의견을 냈나요?
무대 의상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제작 의상을 많이 입지 않고 매치해서 재미있는 룩을 만들고 싶었어요. 일단 딥 하우스를 부르는데 유니폼은 절대 입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파스텔톤의 귀여운 차림이 보기 편할 수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거라는 것도 알았지만요.

샤이니 모두가 의견을 모았나요?
멤버가 다 싫은 건 안 해요. 개인마다 좋아하는 게 뭔지, 싫어하는 게 뭔지 서로 잘 알고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옷을 좋아하니까 무대 의상에 좀 더 많은 의견을 내고, 작사와 작곡에 관심 있는 멤버, 춤에 관심 있는 멤버는 자기 관심사에 더 많은 의견을 내요. 그런 의견을 수렴하느냐 안 하느냐는 전문가의 몫인 거고요. 지난 7년 동안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분별력이 생겼어요. 이번 음반에 샤이니의 판단력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음악과 무대는 명석하고 신선했고, 샤이니가 있어야 할 적절한 자리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나의 이미지를 가지고 뚜렷한 정점을 찍으면 그것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요. 'Sherlock·셜록'부터 'Everybody'까지 점점 세고 강렬한 모습을 보였어요. 그것보다 더 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차라리 더 가지 말고 데뷔 초와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음악도 춤도 가사도 한결 부드러워진 게 이제 와서는 더 새롭게 보인 게 아닐까 싶어요.

키에게 이번 음반은 얼마나 특별한가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 음반을 내면 정말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고, 결과까지 따라줘서 행복해요. 정말 시간이 빨라요. 하루하루가 재밌고요. 언제 돌이켜봐도 이번 활동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예요.

키의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나요?
하고 싶은 음악은 항상 콘서트에서 해요. 그런데 정식으로 발매했을 때 잘 팔릴지는 모르겠어요. 욕심보다 책임감이 더 커요. 점점 신중해지고요. 내가 보여지고 싶은 것들을 엄한 평가 없이 무대에서 즐길 수 있는 편이 좋기도 해요. 그리고 그룹 안에서 모두가 솔로 음반을 낼 필요는 없으니까요. 제 솔로 활동은 방송, 뮤지컬, 연예 활동이에요.

​<엠카운트다운>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뮤지컬 <체스>의 키는 조금씩 다른가요?
MC는 정해진 대본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제가 가장 잘 보여지는 프로그램이에요. 프로그램이나 무대를 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미팅을 해요. 그런데 아무리 열띠게 이야기해도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할 없어요. 문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위한 구상은 제목부터 단락 구석구석까지 정리해서 A4 15장짜리 문서로 만들어갔어요. 일방적인 요청이 아니라 제 의견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안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받아들였어요. 한결 편하고 정확해지더라고요. <체스>에서 진지한 역할을 맡았어요. 보는 사람들이 키에게 이런 모습도 있나 적잖게 놀랄 거예요. 조금씩 다르지만 제 모습이 있고, 하고 싶은 모습과 책임감이 포함되어 있어요. 투자로 치면 비율은 다르지만 지분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보면서 키는 혼자 노래방에 가도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엠카운트다운> MC를 하는 영향이 큰 거 같아요. 거기에 앉아서 무대를 계속 보게 되니까요. 어느새 외우고 있더라고요. 가요계의 흐름에 관심이 많기도 해요.

​애창곡은 뭔가요?
일단 우리 노래는 안 해요. 하하. <어린 신부> OST 버전의 '난 사랑을 아직 몰라'를 좋아해요.

​<체스>는 키의 또 다른 변신이 되는 건가요?
이때까지 맡은 역할 중에 나이가 제일 많아요. <조로>처럼 위트 있는 작품이 아니라 굉장히 진중한 작품이에요. 연기도 노래도 정말 힘들어요. 이걸 잘 마치고 나면 훌쩍 자랄 것 같아요.

포털 사이트 인물 정보에 '뮤지컬 배우'라고 뜨는 걸 봤어요.
제가 신청한 건 아니에요. 하하. 그룹에 속해 있어도 개별적인 아티스트로 인식되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저는 키이고 샤이니라는 팀이 있고, 투하트라는 팀도 있어요. 하물며 뮤지컬 배우 키는 완전 다른 영역에 있고요. <SNL 코리아>에 나갔을 때도 대충하고 싶지 않았어요. 재미없는 것보다 망가지는 게 더 나아요.

​그래서 뭘 해도 거침없고 즐거워 보이나 봐요.
일이 즐거워요. 하고 싶지 않은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제 고집 때문에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제멋대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반대예요. 하하.

​이런 마음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 일일수록 즐거운 티가 나고, 바꿀 수 있는 문제는 빨리 바꾸려고 해요. 예전에는 모두가 내 심정을 알아줫으면 했지만 이제는 알 사람이 아는 게 중요해요. 두 번 만났을 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뻐요.

키로 일행시를 지어볼래요?
키. 키는 젊다. 젊음이라는 단어가 좋아요. 어리고 건강하고 무궁무진해 보이잖아요.

ⓒNYLON 에디터 박의령, 포토그래퍼 레스, 스타일리스트 문성희, 메이크업&헤어 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