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8 키 김기범 엘르 ELLE Key

화보 기사 인터뷰/인터뷰 잡지

KEY WORLD

키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과거에서 발견한 오류에 변명하지도 않는다. 말하고 상상해 온 지금 이순간을 즐겁게 경작하고 있을 뿐이다.


(손목에 보이는) 애플 워치를 '겟'하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모습이 뉴스에 나왔다면서요. 그 소식을 듣고 '아, 이 청년은 나중에 추억 거리가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줄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웃음). 사전 문자를 받았을 때 '이건 가야 해'라는 직감이 들어서 미리 전화를 해놓았거든요. '연예인이니까 베네핏을 달라'는 건 아니었고 내가 갔을 때 사람이 몰린다거나 혹여 그들이 원치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현장은 공정했고, 결국 일상의 해프닝으로 남았어요. 워낙에 카메라에 찍히는 게 일상이다 보니 방송 카메라가 있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소속사의 반응은
그냥 일상적이었어요. 그런 일이 있었구나.

써보니 어때요
애초에 획기적인 기능을 바란 건 아니었어요. 기능보단 디자인이 중요하고 호환성을 더 높이 평가했어요. 휴대전화와 노트북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비행기를 자주 타니까 태블릿도 필요해, 그럼 어떤 브랜드, 다른 어떤 제품을 고르지? 그랬을 때 내 라이프스타일과 자연스럽게 접목되는 신상 아이템이면 좋잖아요.


뭘 살 때면 느낌이 오나요
'이건 사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 이건 안 입을 거 같은데 그래도 사야겠어' 하는 아이템도 있고요.

​그런 건 언젠가 입게 되나요
고쳐서 입거나 혹은 안 입거나. 저에게 쇼핑은 저렴한 그림을 컬렉팅하는 것과 비슷해요. 예를 들어 꼼 데 가르송에서 체크 패턴이 들어간 아이템이 출시됐다면 그중 하나 정도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입는 것과 별개로 그 시즌이 지나면 왠지 그리울 것 같아서요. 그러면 양말이라도 꼭 한 켤레 사요.

'꼼데' '가르송'은 집에도 있잖아요(웃음). 반려견들의 이름을 어째 꼼데와 가르송으로 지었나요
패션 브랜드 중에서 어울리는 이름을 찾고 있었어요. 근데 생, 로랑 하니까 안 붙고 루이, 비통도 안 붙어요. 그러다가 꼼데, 가르송으로 불러보니 앞뒤 단어가 따로 따로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물론 단어가 가진 뜻은 알고 있지만요. 갈색과 까만 푸들을 상상했을 때 그 이름이 제일 잘 어울려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렇게 지었어요.

​오늘 보니 꼼데와 가르송을 엄청 잘 다루는데, 그 전엔 개보단 고양이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저는 고양이 같은 사람이라서 개를 잘 다루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성격이 '개과'는 아니고 어떻게 정의 내릴 순 없지만 고양이에 가깝긴 한 것 같아요(웃음).

해외 활동이 잦아 혼자 반려견을 키우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부모님 혹은 다른 집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버티는 부분도 있어요. 예전에 한 달 정도 남의 집에 맡긴 적 있는데 결국 다시 데려왔어요. 아예 보내려는 생각도 없었지만요.

​혹시 자신과 다른 보통 사람들에게 부러운 점이 있나요
시간 활용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이요.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직장인들은 뭔가 삶의 패턴이 있잖아요. 전 올해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과외라는 게 강사 시간에도 맞춰야 하는 건데 제가 새벽 1시에 일이 끝났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회사 다니는 분들이 일 끝내고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규칙적인 삶이 좀 부럽더라고요.

요즘 활동을 보니 시간 활용을 누구보다 잘하고 있던데요. <키스 노하우>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마치 작정이라도 한 것 처럼요
샤이니 멤버로 활동을 시작한 지 7~8년이 됐잖아요. 그런데 오늘 <엘르> 촬영처럼 내 일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책임감을 갖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요. 7~8년 전에도 나만의 작업을 상상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전 그걸 남 탓으로 여겼어요. 2년 전즈음 내가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러고 나서 나름 준비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생각을 바꾸니 어떻게 달라졌나요
제가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아마 예전부터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좀 구체적이면서 멀리 보자, 그러면서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소화할지에 대한 연습을 많이 했는데 최근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지난 3월에 있었던 샤이니 도쿄돔 공연 의상을 제가 짜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말로만 하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다 싶어서 마이클 잭슨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의상 시안들을 PPT로 만들어 회의에 참석했어요. 다행히 소속사랑 스타일리스트의 생각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제 의견을 반영할 수 있었고요. 아마 미리 분석하고 문서화하지 않았다면 그냥 혼자 떠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기회라는 녀석은 한 번 잘 챙겨놓으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키스 노하우> 때도 그랬어요. 4집 타이틀 'View'로 활동하던 와중에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제안서가 왔는데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유형의 패션 프로그램이었어요. 하지만 나만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던 터라 밤새워 10장이 넘는 프로그램 제안서를 써서 역으로 제안했고 결국 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어요.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도 끝냈다는 소식이 들리던데요. 요리도 곧잘 하잖아요
제가 먹는 만큼 쉽게 찌는 체질이에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반복해야 했는데 반년 전부터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어요. 단백질 식품이나 신선한 채소들을 수시로 냉장고에 채워넣고 매번 그 재로들로 만들 도시락 메뉴를 고민하다 보니 일상이 '내 냉장고를 부탁해'가 됐어요.

'집밥 키 선생'이기도 하고요
제 식단을 밖에서 잘 안 팔거든요. 저는 밀가루를 아얘 안 먹어요. 시저 샐러드 정도는 먹는데 제가 먹을 메뉴를 구히기 위해 매번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싶진 않거든요. 연어나 쇠고기 샐러드에 드레싱만 따로 싸서 다니는 게 제일 마음 편한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그게 요리가 된 거죠. 이렇게 하면 맛있겠구나 하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여러 가지 환경이 제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어서 편해졌어요.

덕분에 전현무 씨와 함께 <주문을 걸어>라는 요리 프로그램 MC도 맡았고요
<주문을 걸어>는 원래는 전형적인 요리 프로그램이었는데 포맷이 많이 바뀌었어요. 시청자가 주문한 요리를 매회 전문 셰프가 출연해서 함께 만들고, 그 과정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완성된 요리를 배달까지 해 주는 차별된 프로그램이에요. PD님이 요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많이 안 알려진 사람을 찾고 있던 중에 제가 진행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전 가끔 좋아하는 단어를 노트에 써봐요. 그러고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좋아서 좋다, 이러면서 좋아해요. 그런데 그 단어들이 삶에 들러붙는 것 같아서 또 좋거든요. 혹시 키만의 이런 키워드가 있나요
예전에 '인생의 모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매번 행복, 즐거움이라 대답했는데 지금 키워드는 '말'과 '상상'인 것 같아요. 예전부터 단독으로 잡지 화보를 찍고 싶고 포털 사이트에도 나오고 싶다고 말하고 상상하던 것들이 어느샌가 이뤄지고 있는 거예요. 그게 곧 즐거움이자 행복인 것 같아요.

반대로 침묵이 가지고 있는 힘은 뭐라고 생각해요
제가 화날 때 욱하는 면이 있어요. 머리를 안 거치고 말부터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런 말에 오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툭 튀어 나올 것 같은 말들을 한 번, 또 한 번 생각해야 할 때 침묵은 유용한 것 같아요. 대로 삭일 수 없는 말은 침묵하며서 잘 돌려 말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좋은 말은 아껴서 나쁠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많이 하려는 편이에요.

어떤 취향의 사람이고 싶나요
유니크. 'No.1'이 아닌 'Only. One'을 응축한 말인 것 같아서요. 난 남과 달라, 그런 것보단 경쟁력을 갖고 싶은 거예요.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일까요? 일련의 라이프스타일을 포함한 자기의 인생을 결코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져요
원래부터 저는 저를 아주 사랑해왔어요(웃음). 예전엔 방법을 잘 몰랐지만 지금은 스스로 다짐한 확고한 신념을 의심하지 않아요. 그동안 허비했던 시간이 많은 공부가 됐고, 그때 최소한 뭐라도 할 걸 하는 아쉬움을 확실히 경험했으니까 앞으로는 채울 계획을 세워보고자 생각했어요. 그리고 전 자존감이 높은 것 같아요. 스스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 낮춰야 할 것과 자랑해야 할 것을 빨리 습득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야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요.

남에게 사랑받을 방법을 찾아야지 혹은 인생을 스마트하게 살아야지, 하는 전략적인 접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동물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하지 않을 때만큼은 확실히 동물적이에요. 특히 애플 워치를 살 때. '이건 내 거야. 왠진 모르겠지만.' 그랬거든요(웃음). 반면 일할 때는 식물적인 편이에요. 물어보고 확인하는 일이 잦아요. 말이라는 게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라 전 항상 상대와 독대하고 싶어요. 조심스럽기도 하고 실수하기 싫어서 그렇기도 해요. 예전엔 일하면서 제 이미지 챙기기에 바빴던 것 같아요. 대중에게 심어진 이미지도 없는데 말이에요(웃음).

​과거와 현재 미래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뭐예요
무조건 현재요.

​과거를 잘 지탱해 왔다고 생각하나요
네. 과거에도 역시 어딜 가나 행복하다고 했어요. 물론 지금도 행복하죠.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 문제가 있었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지금이 과거가 되어 미래에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드라마 연기도 할 건가요
몇몇 작품을 해오면서 뮤지컬 연기가 아직까진 제일 재밌어요. 어렵지만 한 회, 한 회 배우는 점도 많고요. 그 라이브한 느낌을 따라올 무대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어디 가서 2시간 동안 혼자 연기하고 노래를 하겠어요. 귀하고 값진 경험이라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ELLE 에디터 채은미,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타일리스트 김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