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6 키 김기범 나일론 NYLON Key

화보 기사 인터뷰/인터뷰 잡지

드라마 데뷔작<혼술남녀>로 호평을 받았다. 캐릭터를 연구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혼술남녀>를 잘 보았다는 반응을 들을 때면 항상 뿌듯하다. 막상 작품을 할 때는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얼떨떨하기도 하고…. 원래 대본에서 '기범이'라는 캐릭터는 말투나 억양, 머리 스타일 등이 묘사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대본을 읽자마자 '바가지 머리에 사투리를 쓰는 비주얼을 가진 소년, 철없고 세상 물정을 몰라 보이지만 속은 깊은 소년'이라는 기범의 이미지가 빠르고 명확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연기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기범의 작은 디테일도 제대로 설정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내가 옷을 좋아하는 걸 다들 알고 있어서인지 콘셉트 회의 때 스타일리스트는 기범이가 구찌 트레이닝복을 입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졌다고 생각했고(공시생인 기범이가 그렇게까지 테이스트가 좋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언제나 기범이 의상을 고를 때 명품은 지양했다. 이런 식으로 세세한 부분을 챙기려고 한 노력이 캐릭터 구현에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이번 드라마 <파수꾼>에서는 천재 해커 역할이라 들었다. 차기작 <파수꾼> 공경수 역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

다른 작품 오디션도 보던 중이었는데, 일단 <파수꾼>이라는 작품 자체에 끌렸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 <파수꾼>은 권선징악을 새롭게 해석했는데,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작품에 많이 투영하고 있다. 공경수는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해킹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겉으로는 경수도 밝은 모습이라 기범이랑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내가 상상하는 경수의 과거와 미래는 기범이와 많이 달라서 도전하고 싶었다. 


다른 배우가 아닌 키에게 공경수 배역이 주어졌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공경수 역의 오디션을 봤고, 또 개성 있게 연기했다고 들었다. 다른 이보다 내가 더 나아서가 아니라 내 모습에서 경수를 떠올릴 수 있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내게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연기하고 싶은 배역은?

드라마 <김과장>에 나온 남궁민 선배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멋있었다. 그리고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고경표 씨가 맡은 '차도'라는 캐릭터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스타일이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전문적으로 공부까지 할 줄은 몰랐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내가 쓴 논문은 '스타일링 교육이 특정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이다. 스스로 옷을 잘 입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대중 가수로서 내 스타일이 사람들의 패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이왕 그렇다면 좋은 방향이고 싶었다. 그래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 기술이 있다면 많은 곳에 써보고 싶기도 하니까.


공경수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패션 코드를 선보일 예정인가.

경수를 떠올렸을 때는 스케이트 보드, 그라피티, 스트리트 패션 등이 떠올랐다. 그중에서 포일 펌과 스트리트 패션은 고집했던 부분 중 하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경수란 캐릭터는 그냥 스트리트 브랜드를 입는 것을 넘어 슈프림의 신상을 구매하기 위해 밤샘 캠핑도 불사할 만큼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할 것 같은 이미지라 개인적 취향은 버리고 확고한 스트리트 룩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요즘 개인적으로 '가 꽂힌 패션'은?

누가 몇 번을 물어봐도 발렌시아가다. 원래 이기 팝, 데이비드 보위, 섹스 피스톨스 등 로커 룩을 워낙 좋아하는데, 과거의 감성을 거침없이 담아 만든 (파워)숄더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시절의 문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세거나 괴상망측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정말 '감사한' 컬렉션이다.


평소 쇼핑하는 스폿이나 셀렉 기준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분더샵을 애용하고, LA에 갈 때마다 꼭 들르는 빈티지 티셔츠 숍이 있다. 구매 기준은 그때그때 다른데, 조금 강한 룩이더라도 신상은 빨리 입고 싶어 루이 비통의 스카잔 점퍼는 프리 오더해 구매했다. 그 외엔 오래 입을 옷인지 아니면 누구보다 재빠르게 먼저 입어 도전할 것인지 등도 고려한다.


가 생각하는 옷 잘 입는 남자란?

옷을 잘 입는다는 건 셀프 마케팅과도 연관이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좋은 소재의 수트와 구두를 신는다는 것, 그건 첫 만남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명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옷을 통해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남자가 옷을 잘 입는 남자인 것 같다. 트렌디하거나 화려한 룩을 즐기는 사람만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스타일 변천사는?

어렸을 때는 데일리 프로젝트라는 편집 숍이 천국처럼 느껴졌다. 그 당시의 나, 젊음을 표현할 수 있는 과감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그러던 중 생로랑에 빠져 조금은 차분해졌는데, 지금은 발렌시아가가 마음에 불을 지펴 다시 강렬하고 센 룩이 입고 싶어졌다.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그날 상상하던 모습과 지금은 어떤가.

지금 모습은 내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이다. 데뷔 당시에는 케이팝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지도 않았다. 전 세계를 누비며 이렇게 공연한다는 게 굉장히 감사한 일이고, 그만큼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샤이니 활동과 해외 투어, 드라마, 광고 및 화보 촬영, 대학원 생활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누구보다 일정이 빡빡하다. 10년 뒤, 그리고 남자 김기범의 모습은 어떨까?

매년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일을 열심히 한다. 그렇게 매 순간을 살다 보니 상상하지도 않던 일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내가 나를 바꿔놓았다는 생각도 든다. 서른 후반이 되며 뭘 하고 싶을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보내고 여러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NYLON 에디터 유은영, 포토그래퍼 김외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