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8 키 김기범 싱글즈 Singles Key

화보 기사 인터뷰/인터뷰 잡지

빛을 받는 아이들 '샤이니'

솜털이 보송보송한 5명의 꽃미남이 "누난 너무 예뻐"라고 부르짖는다. '누난 너무 예뻐'란 신곡으로 주목받고 있는 5인조 밴드의 이름은 '샤이니(SHINee)'. 이미 누나가 아니라 이모뻘인들 어떠리.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남자들은 여자들이 콧소리로 ‘오빠’라고 부르면 껌뻑 죽는다. ‘오빠’가 ‘오빵’이 되어 부르는 사람조차 닭살이 돼버려도 듣는 오빠의 마음은 흐뭇하기 이를 데 없단다. 여자들에게 ‘누나’라는 호칭 또한 마찬가지다. 어쩌다 친동생이 돈 꿔달라고 하거나, 뭔가 어려운 부탁을 할 때만 힘주어 발음하는 ‘누나’가 아닌, 어리고 귀여운 남자가 살갑게 ‘누나’라고 불러주면, 밥 값 정도는 내주고 싶은 충동이 마구 샘솟는다. 

그런데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5명의 꽃미남이 쇼트트랙 포즈 비슷한 춤을 추며 ‘누난 너무 예뻐, 누난 너무 예뻐~’ 한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면? 자신이 분명 그 누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지 않을까. 


‘누난 너무 예뻐’란 신곡으로 주목받고 있는 5인조 밴드의 이름은 ‘샤이니(SHINee)’. 외모로 대충 나이를 짐작할 수 있지만 실제 그 나이를 알고 나면 더 놀랍다. 막내 소년(태민)의 나이는 15세. 그중에서도 믿음직해 보이는 리더(온유)의 나이조차 겨우 19세. 

10대들에게 어울리는 통통 튀는 댄스곡을 집단 안무에 맞춰 부른다면 새로울 것이 없겠지만 샤이니는 여느 보이 밴드와 조금 색다른 느낌을 준다. 앳된 외모의 미소년들이 부르는 노래는 아주 잘 만들어진 공산품처럼 매끈하고 세련됐다. 가사는 노골적이고 리듬엔 중독성이 있다. 30대 중반의 어떤 누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묘한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금지된 욕망을 들키기라도 한 듯 쑥스러운 마음이랄까. 롤리타를 향한 남자들의 욕망과 동종의 것일까? 어린 꽃미남을 향한 누나들의, 이 주책스러운 마음의 정체는 과연 뭘까?



컨템포러리 밴드, 샤이니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그들이 도착했다. 땀으로 범벅된 촬영 스태프들에게 차에서 내린 이들은 일렬로 서더니 리더의 눈 사인에 맞춰 “안녕하세요” 일제히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생방송 연예 프로그램에서 많이 봐왔던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 더위에 짜증이 났던 사람들의 얼굴은 순간 밝아졌다. ‘귀엽다, 귀여워’ 란 탄성이 절로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 샤이니는 컨템포러리 밴드를 표방하고 나온 그룹. 컨템포러리 밴드란 음악, 춤, 패션 등 모든 부분에서 앞서가는 밴드를 뜻한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춤과 노래, 패션,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리더 온유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음악과 춤은 기본이고요. 멤버들 모두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숙소에 각종 패션잡지, 스트리트 잡지, 외국 잡지가 수북이 쌓여 있어요. 샤이니 하면, 컨템포러리 밴드를 떠올릴 수 있을 때까지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게끔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들이 지향하는 밴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딱히 어떤 밴드처럼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은 없어요. 팝, 댄스, R&B… 다 좋아요. 장르보다는 음악 자체에 끌렸던 것 같아요. 이런 음악, 저런 음악 다 해보고 싶어요.” 샤이니는 팝과 댄스에 기반한 음악을 선보였던 기존의 SM 소속 밴드와 다르게 R&B풍의 흑인 음악을 내세웠다. 꼭 흑인 음악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타이틀곡 ‘누난 너무 예뻐’는 A4 ONE의 제임스 존스가 소속된 유명 작곡가 그룹 ‘The Heavyweights’가 작곡한 세련된 리듬과 그루브감이 돋보이는 R&B 곡.



누나를 향한 마음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 안 둬. 흔들리는 그녀의 맘 사실 알고 있어.” 

‘누난 너무 예뻐’ 는 한 번만 들어도, 누나 팬들을 노리고 만들어진 곡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대놓고 누나 팬을 공략한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가사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걸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우린 아직 어리고, 연애 경험도 없는데 말이죠.” 연상의 여인과의 연애는 물론, 아직 연애 경험조차 없다는 이들은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등을 보면서 감을 학습했다. 


샤이니는 데뷔 첫 달부터 누나 팬들의 폭발적인 애정 공세를 받았다. “다른 가수 선배님들은 노래 끝나면 팬들이 ‘수고하셨어요. 너무 좋았어요’ 이러잖아요. 근데 저희 팬들은 ‘온유야, 수고했어’ 이렇게 말하죠. 이런게 오히려 편하고 좋아요.”



우리는 밴드다

팀이 결성되고 한 집에서 합숙생활을 한 지 5개월. 친한 친구보다도 친형제보다도 더 돈독한 이들. 촬영장에서 막내 태민이 메이크업을 완성할 때까지 먼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주는 온유는 누가 봐도 맏형답다. 어느 한 조각이라도 없으면 완성되지 못하는 지그소 퍼즐처럼, 온유, Key, 종현, 민호, 태민, 5명이 모여야 비로소 하나의 샤이니가 된다. 


퍼즐마다 각각의 무늬가 다르듯, 이들은 성격도 팀 내에서의 역할도 각자가 가진 재능도 모두 다르다. 

온유가 팀에서 큰형 같다면 KEY는 엄마 같은 존재. 밥도 제일 잘한다. 팀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KEY는 끼가 많아요. 남들보다 뭔가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요. 적응도 빠르고, 안무도 가장 먼저 배우고요.”



그들이 만약 이렇게 샤이니란 이름으로 모이지 않았다면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또래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했던 아쉬움을 토로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누난 너무 예뻐’라고 부르짖는 샤이니에겐 누나 팬 못지않게, 남자 팬도 많다는 사실. 컨템포러리 밴드를 지향해서일까? 완성도 있는 음악과 춤, 트렌디한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는 신인류 남자들까지 팬으로 포섭하면서 가요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예 사이트와 게시판에서 요즈음 가장 핫 이슈인지도,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모 인기 밴드와 비교 언급되고 있다는 것도 이들은 잘 모른다. 인기나 네티즌의 리플에도 무심하다. 제2의 누구도, 제3의 누구도 아닌 그저 고유의 이름 샤이니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이들. 수줍음, 열정, 끼, 재능으로 똘똘 뭉친 5개의 퍼즐 조각이 꿈으로, 땀으로 반짝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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