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키 김기범 지큐 GQ Key

화보 기사 인터뷰/인터뷰 잡지

21세기 소년들

요즘 애들이라는 '컬러풀한' 정체성, 바로 지금의 스타라는 우뚝함. 하지만 알 수 없다. 경쟁은 아무도 모르게 하니까 또한 너무 잘 안다. 여지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므로, 샤이니라는 이름으로 모인 21세기 소년 다섯 명을 만났다. 그들로부터 새롭게 시작된다면, 그건 과연 무엇일까?



신나요?

이런 옷들 잘 못 입어봐서. 평소엔 자유분방하게, 딱 '틴에이저' 같이 입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느리게 가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나이 들어 못하게 되는 게 뭐가 있을까요?

지금 딱 무대에서 입고하는 것들. '누난 너무 예뻐'는 그때여서 가능했던 거잖아요. 그때 할 수 있는 건 그때 해야 후회가 없어요.


2008년 데뷔 때 얼굴을 지금 보면 어때요?

그때보단 지금이 낫다는 생각 많이 들어요.


보통 열여덟 살이 자기 생김이나 근육의 반응이나 목소리를 느끼며 살진 않아요. 섬세하게 수년 동안 자신을 지켜본 바, 어때요?

만족이라기보단, 그냥 제가 좋아요. 화려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모델처럼 비율이 엄청 좋지도 않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목소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춤을 제일 잘 추는 것도 아니에요. 근데 그냥 제가 좋은 거 있죠?


갈증도 있겠죠?

그게, 많아요. "나 하면 뭐가 생각나?" 물어보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죠. 뭘 하든 '키 답다'는 말을 해주니까 좀 위안이 되는데…. 지금 하나만 파기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어떤 인터뷰에서, 28세와 70세가 가장 궁금하다고 말한 적 있죠?

그땐 진짜 프로였으면 좋겠어요. 누구를 예로 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설명 없이 "특별히 닮고 싶은 사람이 없다"라고만 얘기하면 진짜 건방지게 들리거든요. 아니, 진짜 없는 걸 어떡해요? 마땅히 닮고 싶은 사람이 없어요. '내가 최고야'라기보다, 그냥 '내 것'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뭘 계산적으로 하지 않아도, 누가 아무거나 던져줘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인터뷰,  2008년 7월 보그걸 인터뷰 보기


지금 무대에서 느끼는 가장 긴급한 갈증은 뭐예요?

자꾸 생각하는 것만 하려고 할 때. 완벽하게 준비해야 그게 애드리브처럼 보여요. 엄청 잘하는 사람은 무대에서 뭘 해도 프로처럼 보이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뭘 해도 실수로 보여요. 모든 건 짜여 있어요. 무대에선 계속 생각해야 해요.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안 되죠. 할 걸 못하게 되거든요. 플러스가 될 수 있는 걸 놓칠 수도 있어요. 마이클 잭슨이 춤출 땐 생각하지 말라고 그랬거든요? 그건 본인 얘기고, 저는 아직 생각없이 추면 안 될 때예요.


다른 멤버들에 비해, 당신은 즐기는 것 처럼 보여요.

누가 시킨 거샅이 보이지 않게, 즐기는 것처럼 보이게 노력하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노래만 하는 것도, 내가 추고 싶은 춤만 추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는 팀이니까요.


멤버들 중엔 누가 당신의 질투를 유발하죠?

서로의 장점이 다 부러울 때가 있어요. 쟤는 하는데 나는 못하네, 생각하면 부끄러울 수도 있죠. 그 욕심 때문에 많은 선배님이 나중에 솔로를 하는 게 아닐까…. 어떤 멤버의 노래나, 하다못해 어떤 멤버의 너스레까지.


온유의 너스레?

그렇다거나….


노래는 종현이 제일 많이 부르죠?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이니까. 노래를 못하던 애가 잘하게 됐을 때의 과정을 닮고 싶다고도 생각해요. 미디어에서 단편적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여기서 살고 있으면.


샤이니 다섯 명 사이엔 경쟁, 질투, 분노 같은 감정선이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예민한 나이에, 꽤나 예민한 것들을 다루고 있으니까.

시기나 질투는 결국 그 사람이 미워지잖아요. 그 상황이 싫을 때는 있어요. 단순하게 누가 더 예쁜 옷을 입었을 때? 그렇다고 걔를 미워할 순 없잖아요. 그냥 '아, 나도 예쁜 옷 입고 싶다' 그 정도죠.


이젠 형제 같은 느낌 아니에요?

가족은 아니고, 제일 친한 친구도 아니에요. 딱히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멤버'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아요.


어쩐지 좀 냉정하게 들리네요.

너무 가족적이면 그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 자체보다는 관계를 생각하게 되니까. 저희는 그냥 일하기로 하고 만나서, '의리로 계속 일을 같이 하는 사이'가 제일 정확한 것 같아요. 냉정한 게 아니라.


그 의리는 언제가지 가는 걸까요? 가족도 형제도 아닌 채로.

멤버들이 중간에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거나, 자기만의 생각이 헤이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다섯 명인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각각의 팬층도 분명히 있긴 하지만, 우리가 '샤이니'라서 더 의미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멤버들도 그럴 거예요. 아직까지는, 그리고 앞으로도. 다들 바보 같지 않으니, 현명하게 처신할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여장하고 그랬던 건, 하고 싶어서도 했겠지만 전략이기도 했죠? 예쁘긴 했지만.

시켜서 한 거죠.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달랐어요.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근데 그때 시켜서 했으니까 지금 옳고 그른 걸 조금 아는 것 같아요. 그때 자유롭게 내버려뒀다면 지금 진짜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거죠.


'누난 너무 예뻐'는 노골적이었죠. '링딩동' 때 샤이니의 욕심을 다시 봤지만, 지금 '루시퍼'를 부르고 "샤이니 남자로 돌아왔다"는 기사가 나와도 팬층은 그대로죠?

그땐 뭘 들고 나왔어도 누나 팬이 따랐을 거예요. 저희는 솔직히 남자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팀이 아니에요. "난 여자들이 걔네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대상 중 하나가 저희예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우리가 남자다운 건 아니니까. 미디어에서 '남자가 됐다' 그러는 건 앨범 나올 때마다 매번 듣는 소리고. 제가 밖에 있는 사람이라도 별로 샤이니 안 좋아했을 것 같아요. 곱상하기만 해서. 하하.


노래는 어때요? 이번 앨범에 ‘일렉트릭 하트’…. 

제 베스트 트랙이에요. 전 저희 노래 되게 좋아해요. 이번 앨범은 좀 살 만한 앨범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요즘 보면 타이틀 곡 하나에 괄호 치고 무슨 리믹스, 2번 다른 리믹스, 3번 또 리믹스, 4번 인스트루멘탈…. 진짜, 너무 싫었어요. 되게 괘씸한 거 있죠? 심지어 싸면 몰라. 저희 앨범은 열세 곡이 신곡이에요. 이때까지 앨범 중 제일 많이 팔렸어요. 대중은 바보가 아니에요.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도 좋은 건 알아보세요. 전문가는 뭐가 왜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대중들은 뭐가 왜 좋은지 학술적으로는 모르지만 그냥 좋으니까 살래. 그뿐이에요.


스튜디오 오자마자 사진집 꺼내 보는 거 봤어요. 패션의 어떤 점이 당신을 흥분시켜요?

옷은, 이렇게 말씀드리면 또 좀 그럴 수 있는데, 보이는 게 다예요. 제가 옷을 좋아한다고 소문난 것도 옷이 눈에 보이는 거기 때문이에요. 사실 미술, 춤도 좋아하거든요.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좋아할까요?

저라서. 단순해요. 저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안 좋아하는 사람의 구분이 명확해요. 저는 좋아하지 않으면 다 싫어하는 사람들이에요.


당신이 샤이니에서 크게 두드러지진 않죠. 하지만 당신이 가끔 내는 쇠소리나 몸을 움직이는 감각이 번쩍할 때가 있죠. 밴드의 베이시스트 같은. 욕심은 없어요?

딱 좋아요. 부담 안 되고.


아이돌이 남자가 되어서 돌아왔다고 말 할 때, 그 '남자'는 뭐라고 생각해요?

당연한 변화인데, 사람들이 적응을 못할 때 '남자답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이 가장 좋죠? 이리든 말든, 남자든 아니든.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내가 하는 모든 게. 두려운 건, 일 때문에 뭘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예요. '내가 노래를 더 잘하면 사람들이 날 더 좋아하겠지?'하는 생각이 안 들기만을 바랄 뿐이죠. 저는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노래를 잘하거나 춤을 잘 추거나 랩을 잘하면 사람들이 날 좋아하겠지?' 혹은 '칭찬받겠지?' 생각해서 잘하려는 게 아니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이래서 스트레스를 안 받나 봐요.


가수, 평생 할 거예요?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면 그때 그만둬야지 어떡해요? 굳이 막내가, 이 사람들을…. 그러니까 그때가 가장 두려운 거예요. 딱 끊어야 하는데, 미련이 남아서 사람들이 좋아할 짓만 찾는. 두렵기보다 궁금해요. 언제쯤일까? 하지만 제가 가수하는 걸 사람들이 안 좋아한다면 굳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활동할 생각은 절대 없어요. 차리리 다른 분야를 찾을 것 같아요. 이렇게 깊게 얘기한 적 없었어요. 가끔 제가 하는 말 중에 그 부분만 오려놓으면 건방지고 괘씸한 놈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뭘 하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제가 나쁜 놈이 아니라는걸. 생각엔 다 이유가 있어서 결론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일 좋아하는 그 노래를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

없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거랑 해야 하는 건 다르니까요.


ⓒGQ 에디터 정우성 정우영 장우철 유지성 손기은, 포토그래퍼 윤석무, 캐스팅 티렉터 최진우, 스타일리스트 마니, 헤어 신동민, 메이크업 공혜련, 어시스턴트 홍서진 조미선 박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