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샤이니' 멤버 키 "밝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림 앞에서 난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공연과 시상식, 각종 행사가 몰려 있는 연말을 보내다 보면 매번 녹초 상태로 새해를 맞게 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7년을 맞는 순간 내 몸 상태는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르누아르의 작품으로 새해를 시작하기로 한 계획은 꽤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틈나는 대로 웬만한 미술전시회는 챙겨보는 편이다.
지난달 일찌감치 르누아르전을 찍어놓고는 3일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그림은 영혼을 씻어주는 선물이어야 한다"는 르누아르의 지론처럼, 그의 작품을 만나고 난 뒤 나를 짓누르던 피로감은 깨끗이 사라졌다. 역시 그의 직품은 몸과 영혼을 씻어주는 선물이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모두 47점이다. 처음 만난 작품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인'이었다. 르누아르가 죽을 때까지 소장하고 있었다는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여성은 르누아르에게 재정지원을 해줬던 빅토르 쇼케의 딸이라고 하는데 이 여성의 모습을 통해 19세기 파리의 상류층 여성의 모습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모델의 우아한 자태와 생동감 있는 고양이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는 '두 소녀의 모자 장식하기'는 그 화려한 색감이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빛의 색채로 대표되는 인상파 회화의 거장답게 그의 작품에선 이 세상의 어떤 고통이나 슬픔, 그늘의 한 자락도 발견할 수 없다. 밝고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우아한 기쁨으로 가득차 있는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절없이 무장해재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는 마크 로스코다. 그의 작품을 볼 때도 완전히 빠져들어 사로잡히는데 르누아르 작품을 보면서는 다른 상태의 감정에 빠져게 된다. 마크 로스코 작품이 주는 강렬한 색감 앞에선 내 감정이 작품에 온전히 투영돼 고통스럽고 힘든 일체감을 경험한다. 반면 르누아르의 작품 앞에선 아무런 고통과 불편함이 없어지는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전시관에는 르누아르의 조각 작품도 있었다. 사실 르누아르에게 조각 작품이 있다는 건 전시회에 와서야 처음 알았다. 감상을 도와준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르누아르는 말년에 류머티즘을 앓았다. 이곳에 전시된 '엄마와 아이'는 그가 말년에 제작한 작품으로, 젊은 조각가 리샤르 귀노와 함께 완성했다.
재미있게도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그의 '자화상'이다. 르누아르 작품의 특징과는 가장 동떨어진 느낌 때문인 듯하다. 류머티즘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 때문에 붓조차 들 수 없었다는 그는 자화상에서 노년의 쓸쓸하고 슬 모습을 눈빛에 담아냈다.
전형적인 르누아르 화풍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루시 베라르의 초상, 하얀 덧옷을 입은 소녀'라는 작품 역시 기억에 남는다. 이 두 작품이 특히 생각나는 것은 순전히 마이너적인 내 취향 때문이다.
올해로 가수 생활을 한 지가 9년째다. 그 시간들을 건강하게 지탱해 올 수 있었던던 것은 수 많은 예술가들이 남겨준 영감과 자극 덕분이었다. 르누아르의 작품을 통해 얻게 된 밝은 에너지를 나의 팬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경향신문 이석우 기자, 정리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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